멜라토닌 건강기능식품 효과 미미…불면증은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갓생’을 살겠다고 잠을 줄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지난 23일 병원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갓생’이란 ‘신(God)’과 ‘삶(生)’을 합친 신조어로, 계획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의미하지만, 과도한 자기 계발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요즘처럼 열대야로 잠들기 힘든 시기에는 전날 못 잔 잠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수면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섭취하는 멜라토닌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숙면에 도움을 주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수면장애 환자 수, 최근 5년 사이 약 30% 증가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약 2,100명으로, 이는 2018년(1,600명) 대비 약 30% 늘어난 수치입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수면장애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멜라토닌 건강기능식품? 효과 ‘글쎄’…전문의약품과 큰 차이
“멜라토닌 건강기능식품은 반복 섭취해도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약물 재현성’이 부족합니다. 노년층에선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 연령대에서는 체내 농도가 급격히 올랐다가 금세 떨어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 교수는 의사 처방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멜라토닌 전문의약품은 체내 멜라토닌 분비 곡선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불면증, 우울증·암·고혈압·치매 등과 연관
“불면증은 우울증 증상의 하나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독립된 질환으로 분류하는 추세입니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유방암, 내분비질환, 고혈압 등 신체 질환뿐 아니라 치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낮잠, 수면장애의 시작점?
“낮잠은 수면의 항상성과 생체시계를 깨뜨립니다. 전날 못 잤다고 해서 낮잠으로 보충하면 오늘 밤 잠들기 더 어려워져요. 피곤하더라도 밤에 자연스럽게 졸릴 때 잠드는 게 중요합니다.”
새벽에 자주 깨는 이유는?
“불면증 초기에는 잠이 안 오는 증상이 많고, 중기에는 중간에 자주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새벽 4~5시에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상은 불면증 말기일 수 있어요.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인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해 자주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 안 올 때 술 한 잔? 오히려 해로워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잠이 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면 구조를 망가뜨려 깊은 수면을 방해합니다. 체내 대사 과정 중 각성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새벽에 쉽게 깨고, 결국 피로가 해소되지 않아요.”
약물 의존 주의…처방 시에도 신중해야
“불면증이 심할 경우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수면클리닉에서 졸피뎀 같은 강력한 수면제를 처음부터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은 약물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복용은 주의해야 합니다.”
가위눌림도 수면장애?
“가위눌림은 렘수면 중 발생하는 수면마비 현상입니다. 뇌는 깨어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죠. 간헐적으로 발생한다면 괜찮지만,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마무리 하며...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기초입니다. 잠을 줄이는 대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갓생’의 진짜 시작입니다.” — 조철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