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그가 이르되 날이 새려 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창세기 32장 24절, 26절)
1. 야곱, 두려움 속에 홀로 남다
야곱은 애서와의 만남을 앞두고 깊은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형 애서는 400명의 장정을 이끌고 야곱에게로 오고 있었고, 이는 야곱에게 있어 생명의 위협이었습니다. 가족과 모든 소유를 두 무리로 나눈 그는 마침내 홀로 남았습니다. 그 밤, 그는 외롭고 두려운 상황 가운데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야곱이 홀로 있었다는 것은 단순히 혼자가 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서, 철저히 하나님 앞에 자신을 노출한 상태를 상징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간적인 방법을 다 동원한 뒤에야 그는 하나님과 씨름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삶의 위기 속에서도 결국 끝에 서게 되는 것은 하나님과의 대면입니다.
2. 날이 새도록 하나님과 씨름하다
이 장면에서 ‘씨름하다’는 표현은 단순한 육체적인 싸움이 아닌, 내면의 절박함, 믿음의 갈등,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영적 싸움을 의미합니다. 야곱은 밤새도록 그 사람, 즉 하나님과 씨름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밤의 씨름은 육적인 야곱이 영적인 이스라엘로 변화하는 전환점이 됩니다.
우리도 삶에서 위기의 밤, 불안한 새벽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과의 씨름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깊은 절박함과 간절함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기도가 아닌, 야곱처럼 밤이 새도록 부르짖는 기도가 우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3. 축복을 포기하지 않는 믿음
하나님은 야곱에게 “날이 새려 하니 나로 가게 하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라며 단호한 태도로 축복을 요구합니다. 이 고백 속에는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와, 자신의 인생을 하나님께 맡기겠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야곱은 자신의 꾀와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결국 마지막 희망은 오직 하나님의 축복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매달린 것입니다. 우리도 삶의 한가운데서 ‘하나님, 저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라는 고백이 터져 나와야 합니다.
4.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이름이 바뀌다
씨름의 끝에서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 주십니다. 이는 단순한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과 운명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라는 뜻으로, 야곱이 이제는 자기중심적 인생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사람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기도의 자리, 믿음의 자리에서 씨름할 때 비로소 하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십니다. 상처 많고 부족했던 자가 믿음의 사람, 복의 통로로 바뀌는 은혜가 야곱의 고백과 씨름 속에 담겨 있습니다.
5. 나의 삶 속에 적용해 보는 야곱의 씨름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도 야곱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 두려움, 외로움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감당하려는 우리는,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이 하나님 앞에서의 나 자신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씨름해야 합니다. 눈물로, 간절함으로, 진심으로 하나님께 매달려야 합니다.
야곱처럼 말입니다. “하나님, 저를 축복하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 밤이 지나가기 전에 제 삶을 변화시켜 주옵소서.” 이 기도는 절망이 아니라 소망을 품은 간구입니다. 절실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6. 마무리 하며...오늘 우리는 하나님과 씨름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기도의 응답을 기다리면서도 진심으로 기도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자신의 삶이 달린 싸움에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밤새도록, 온몸으로 기도했습니다. 그것이 축복의 문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부족한 나, 연약한 나, 그러나 하나님 앞에 매달리는 나. 그런 신앙이 오늘날 이 시대에 필요합니다. 기도는 형식이 아닌, 전 존재를 던지는 고백입니다. 나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깊은 만남의 자리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야곱처럼 하나님께 매달려 씨름하며, 새 이름과 새 삶을 얻는 은혜를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은 오늘도 씨름하는 자에게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축복하리라.”